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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개연구 강화가 바이오산업 R&D 혁신의 핵심"

기사승인 2020.07.07  0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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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식 일동제약 부사장(COO). © 뉴스1


(서울=뉴스1)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치료제 또는 백신을 신속히 개발해 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크다. 응급상황인 만큼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것으로 믿지만, 신약 개발 역량에 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단적으로 국가별 의약품 수출입 수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수입액이 수출액 보다 훨씬 커 약 4조원의 의약품 수출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약 강국인 스위스가 50조원 이상의 순수출액을 기록한 것은 넘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해도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싱가포르조차도 7조원 이상 순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을 통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학, 약학 등 생명과학 분야에 우선적으로 진출하는 나라다. 인적자원이 핵심경쟁력인 국가로서 당연히 바이오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 지난 해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핵심 성장분야로 지목하고 올해 초 범부처 바이오산업 혁신 TF를 통해 정책방향을 밝히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혁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방향은 잡혔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정책이 길을 잃고 자원만 낭비할 우려가 있다. 이럴 때 우리가 참조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미국이 지난 10~15년간 실시해온 다양한 연구개발(R&D) 혁신 프로그램들이고 이 중 핵심은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세계에서 신약 R&D가 가장 발전한 나라이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신약 허가 건수가 계속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정부기관들과 민간회사들이 힘을 합쳐 중개연구를 강화하였고, 이에 더하여 미국 식약처(FDA)의 다양한 혁신의약품 우대정책에 힘입어 2010년대 신약 허가 건수가 회복 추세에 들어섰다.

중개연구의 개념

중개연구의 중개(Translation)는 실험실 등에서 찾아낸 과학적 발견을 각 단계를 넘어갈 때, 시간차를 두지 않고 개인과 공중의 건강 증진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빠르게 만들고 실제 적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치료법을 만들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R&D혁신에서 말하는 중개연구 개념은 ‘신약 아이디어를 치료법으로 즉시 전환하여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하는 전임상, 임상1상, 임상2상’ 연구까지를 의미한다. 중개연구는 미리 주어진 경로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다. 의약학, 화학·제조·통제, 독성학, 임상약리, 임상운영, 의약품안전, 바이오분석, 품질보증, 허가, 통계, 특허, 사업개발 등 10개가 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역량을 필요에 따라 조합해서 의학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는 길을 찾아나가는 높은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는 융합기술이 바로 중개연구라고 할 수 있다.

중개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원인은 경험이 부족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기관들이 협력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이고, 그 결과는 치료법 개발 실패 또는 지연으로 나타나게 된다. 미국은 2006년부터 임상중개과학지원금(CTSA: 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 Award) 제도를 신설하여 미국 전역에 60여개 교육기관에서 다양한 임상 중개연구 및 교육활동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이를 확장해서 국립중개과학추진본부(NCATS: National Center for Advancing Translational Science)를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설치하고 전임상연구의 개방형 혁신도 추가로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글로벌 신약R&D 트렌드 : 개방형 혁신

같은 시점에 미국의 제약 대기업들도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중개연구 상의 기존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개방형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함으로써 파이프라인을 풍부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전임상, 임상 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향상시켜 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제약 선진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어느 기업도 기초연구부터 시판 허가까지 이어지는 길고 복잡한 신약개발과정을 혼자 힘으로 해내려고 하지 않는다. 외부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개발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기본이며, 개발의 중요 중간단계가 완료되면 후보물질을 서로 사고 파는 기술거래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개연구의 개방형 혁신이라는 큰 흐름은 중소 바이오벤쳐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였다. 과거 폐쇄형 연구개발을 하던 시절에는 복잡하고 큰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연구는 실질적으로 제약대기업의 독점시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개방형 혁신이 대세인 오늘날 신약연구 환경에서는 중소 바이오벤처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특화하여 신약개발에 참여하거나 또는 주도적으로 신약개발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미국의 혁신신약 허가 건수 중에서 바이오벤처들이 개발한 허가 건수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이를 증명한다.

여기서 신약후보물질의 가치가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초기 임상연구에만 집중하여 신약을 개발하는 중개연구 특화형 NRDO(No Research and Development Only) 기업이 다수 출현하고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신약 R&D 기업이 물질이나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개발 과정을 관리하는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 역량 자체를 경쟁력 있는 차별화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개방형혁신이 진척되어 역량 있는 위탁연구업체(CRO, CDMO)가 얼마든지 있는 오늘날 제약산업 환경에서는 모든 역량을 다 갖추기 전이라도 중개연구 역량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신약개발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개발전략 수립, 전문가를 포함한 개발 네트워크 관리, 데이터에 기반한 적기 의사결정 등을 수행하는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야말로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이며 우리나라 R&D혁신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역량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신약개발기업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상장심사를 할 때에도 연구소(Wet Lab)가 있는지를 물어본다. 주식상장 이외에는 달리 투자금 회수 또는 추가자금 조달 수단이 없는 환경에서 이러한 상장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도 없는 연구소를 설립하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난다.

중개연구만으로도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려면 미국 머크사가의 ‘키트루다’라는 베스트셀러 면역항암제 개발 사례를 보면 된다. 키트루다는 2014년도에 판매승인을 받고 2015년부터 판매를 시작하였는데 올해만 14조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2024년에는 한 품목으로만 25조원 이상의 판매금액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약품시장 전체 규모가 23조원에 불과하다는 점과 비교하면 얼마나 성공적인 신약인지 알 수 있다.

키트루다의 원천기술은 머크사가 개발한 것이 아니다. 원개발사는 오가논이라는 회사였고 이 회사를 쉐링플라우사가 인수했으며, 2009년에 머크사가 쉐링플라우를 인수하였다. 키트루다는 인수합병된 쉐링플라우가 갖고 있던 후보물질 중 하나였을 뿐이고 합병시에도 이 의약품의 잠재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2010년 선두주자인 BMS사 발표 논문을 보고 면역항암제의 잠재력을 깨달은 머크는, 키트루다 후보물질에 대해 2010년말 임상개발에 착수하여 혁신적인 방법으로 임상을 실시하고 불과 4년 후 키트루다의 판매승인을 획득하게 된다. 머크가 수행한 연구가 바로 원천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하여 수행한 중개연구이고 혁신적인 임상디자인을 통해 단기간에 블록버스터로 키워낸 것이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중개연구강화를 위한 제언

그렇다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중개연구는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관계기관이 모여 숙고하고 방안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먼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임상중개연구 강화 프로그램들을 참조하여 국내에도 이러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학문적인 기반과 인력 육성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임상연구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임상 연구 기법의 공유 및 확산, 임상디자인의 혁신, 효율적인 임상진행, 산학협력 및 기업간 정보공유와 협력을 장려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중개연구의 난제들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정부가 주도할 수 있다. 정부기관이 직접 신약연구를 하는 것은 연구속도라는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쉽다. 민간의 경쟁력을 높이는 환경조성에 집중 투자하여야 한다.

또한 기업형 벤처캐피탈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켜서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또는 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자금 회수는 대부분 기업공개(IPO)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적절한 IPO모델을 창업 초기부터 만들지 못하는 경우 우수한 신약후보가 있어도 연구자금 조달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음으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개방형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 신약은 국내 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전세계 기업들과 협력하여 혁신신약을 개발하여야 한다. 또한 한편으로는 국내 제반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해외 파트너들과 함께 혁신신약개발 중개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심지어는 우리기업이 해외에서 도입한 전임상시험 단계 물질로 해외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권과 허가를 보유한 우리나라 신약이 된다.

신약의 판매허가까지 도달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임상3상 연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에는 중개연구만 마친 후에 기술수출(라이선싱 아웃)을 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실현하고 핵심적인 중개연구 역량을 입증하는 순서를 먼저 밟아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 임상3상연구에 필요한 자금도 조달이 가능하게 된다. 또 국내 기업의 신약개발 성공 사례가 선도적으로 앞서 나가야만, 제반 위탁연구기업(CRO), 위탁제조기업(CMO)도 우리나라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실은 좋지 않다. 바이오벤처들은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고, 자금력이 있는 전통 제약기업은 그리 혁신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통 제약기업은 글로벌 개방형 혁신은 고사하고, 자기 회사 내에서 연구부서와 개발부서 사이의 협력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기업이 일시에 개방형 혁신으로 나아가기를 기다릴 수가 없다. 먼저 앞서 나가는 혁신기업부터 우선적으로 확실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차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줌으로써, 위험을 감수하고 선도적으로 기회를 잡는 기업이 먼저 크게 성공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개방형 혁신의 필수 조건은 소통이다. 소통은 서로 불러주고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다. 기업은 내부 부서간 소통부터 시작해서, 투자자, 학계, 정부, 환자 들과 모두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여 한다. 정부도 기업을 불러주고 기업의 부름에도 응답해 주어야 한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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